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언제 들어도 좋은 말

from 미분류 2019. 5. 22. 02:15

 

오랜만에 꺼내 입은 니트 가디건 주머니에 무언가 바스락거렸다.

작년 지아의 '행복한 생일 날' 자꾸 싸우는 엄마아빠를 보고 건네 준 편지였다.

덕분에 우리는 휴전상태로 행복한 날을 더 행복하게 보낼 수 있게 되었지

 

아이의 성장은 아무리 사진을 많이 찍어둔대도 부족하다.

사진보다는 영상이나 글로 남기자고 다짐하지만 진짜 담고 싶은 순간은 정말 '순간'이니 놓치기 일쑤고

어릴 때만 할 수 있는 이런 예쁜 말들도 당장 적어두지 않으면 자꾸 잊게 된다.

이제부터라도 꼭 꼭 저장 해 놔야지 하는 마음으로 적은 메모들로 

2019 상반기 지아의 말들을 기록해본다.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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겨울

 

많이 추웠던 겨울.

이쁘게 차려입고 야외무대에서 노래하는 재즈싱어를 보고 "저 노래하는 사람 춥지 않으까?"

"엄마, 왜 동물들은 옷을 안 입어? 춥지 아느까?" 

 

2

"날씨가 너~무 좋다아"

"오늘 날씨가 좋아서 너무 신나! 아하하하하"

기분이라는 말을 모르는것도 아닌데 한껏 들떠서 외출할때면 우중충해도 비가 쏟아져도

날씨가 좋다고 한다. 그럼 이상하게 더 신나보여

 

3

엄마 나도 더 크면 니나처럼 눈썹이 길어져?

사다리는 어떻게 만들어? 자동차는?

 

궁금한 게 많아지는 지아에게 그럴듯한 대답을 해주고 싶지만

어 공장에서

아니, 길어지진 않아

이러고 있다.

 

4

"나 뎌거 하고시퍼"

-음? 뭐야 말 똑바로 해

"??? 나 귀엽게 말한건데?" (너무나 의아하다는 표정으로)

 

 

 

 

March

 

1 "엄마 이 그네는 모든 사람이 탈 수 있는거야?"

-그럼~

"우와 그네 착하다"

 

2. 얼어있는 땅을 보고

"아빠랑 왔을때는 바닥이 녹아 있었는데 오늘은 추운가봐"

 

3. 날씨가 좋아서 벌레들이 소풍 왔나봐

 

 

 

April

 

1. 한글말로는 햇님크림인데 왜 선크림이라고 해?

 

2. 몸이 안 좋아 누워있는데 저 멀리서 속닥이는 소리가 난다.

"아빠 내일 갈 때는 나만 깨워줘. 엄마는 아파서 깨우면 짜증낼 거 같아서. 아라찌?"

너의 다정한 팩폭

 

3. 엄마 오늘 날씨는 봄이야?

봄이 찾아와줘서 너어무 좋다

 

4. 엄마 밥 먹고 과자 먹으면 위가 기분이 좋아져?

밥이랑 과자가 움직이면서 친구가 되어서 기분이 좋을 거 같애

 

5. 엄마 난 어른 되면 요리사 되고 싶어.

엄마 내가 어른 되면 뼈다귀도 같이 자라?

우와 신기하다

 

 

 

May

 

1. 엄마 학교는 방학 아니면 맨날 가야 돼?

짜장면 가게는 왜 자꾸 열려있지. 엄마 짜장면 방학 있어?

짜장면은 원래 내 친구같아.

 

2. (갑자기 소리내서 웃음)

-왜 웃어?

"큭큭 주원이 웃는 거 생각나서"

-주원이가 어떻게 웃는데?

"그림은 아는데 말을 못해 주겠어"

 

3. 저 달은 무슨 맛일까

치즈맛이겠지?

 

4. 주아 이사가는 지구에 나도 가고싶다

 

5. 나는 엄마를 자주 챙겨

그리고 엄마는 나를 자주 챙기는거야

 

 

 

 

사진은 다섯 살 여름.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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